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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디지털과 아날로그
- 디지털을 신데렐라에 비유한 글이 있다. 요정의 도움으로 궁중의 파티 장에 도착한 신데렐라는 자정이 되자 ‘유리 구두’ 한쪽만을 남겨둔 채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 ‘유리 구두’를 가지고 그 발에 맞는 임자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력 끝에 마침내 신데렐라를 찾게 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라면 이런 방법으로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가령 왕자는 수많은 관리를 풀어 구두에 맞는 발을 가진 소녀가 아마 수만 명은 될 것이며, 이 소녀들에게 구두를 신겨봐야 하는데 이런 경우 엄청난 시간이 소비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작 구두의 주인공 신데렐라는 발이 훌쩍 커져 더 이상 그 구두를 신을 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신체상의 특징을 기호화하여 분류해 두었다면 신데렐라를 찾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눈동자 색깔, 머리 색깔, 키, 목소리, 발 사이즈, 피부색, 얼굴형, 체형 등이 코드화 되어 있다면 신데렐라를 찾는 것은 엄청나게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를 찾는 데 들어가는 경비와 노력도 엄청나게 절약할 수가 있다. 이처럼 디지털이란 지식에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수량화, 기호화하는 것으로 시간과 경비를 절약한다는 의미에서 경제학적 효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전적으로 디지털(digital)이란 손가락이란 뜻으로, 라틴어 디지트(digit)에서 온 말이다. 손가락으로 1,2,3 과 같이 수를 셀 수가 있는데,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과 같이 0과 1을 이용하는 방식을 상징한다. 반면에 아날로그(analog)는 사전적으로 "있는 그대로 모방한다"라는 개념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방식의 TV는 소리, 빛, 전기 등의 파장을 갖는 것으로 디지털 TV와 비교하였을 때, 전자기기 보다는 기계에 가깝다. 반면에 디지털 TV는 화상이나 음성신호를 전자적인 디지털 신호로 바꾼 것으로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선명한 화질과 음질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처럼 대상을 분류하고 기호화하는 것은 빠르고 간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빠르고 간편하다는 것은 높은 경제적 가치와 이어진다. 그로 인해 디지털은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가치이자 목적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아날로그는 낙후된, 경쟁력이 없는 것을 뜻하고. 디지털이라고 하면 새롭고 경쟁력이 있는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회는 온통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자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서가를 가득 채우던 백과서전은 한 장의 CD 속에 쏙 들어가고, 비디오 가게나 동네 슈퍼도 컴퓨터가 없으면 장사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디지털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정희모 교수님(연세대학교), [디지털과 아날로그] 논문 중 1page.
2008년 픽사와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Wall-E’라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관계를 그렸다.
영화의 스토리와 우리의 주인공 월E는 너무나 순수하고 아날로그적이다.
어느 소박한 산골 소년의 삶과도 같은 월E의 하루하루는 청소로봇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수백 년 동안 해내고 있다. 로봇이라 그런지 불평도 없고, 지루해하지도 않으며 피로해하지도 않는다.
월E의 삶은 단조롭지만 외롭고 적막하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삶과도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의 월E는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고 새로운 것들을 수집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가꾸어 나간다.
월E는 로봇이지만 인공지능을 갖춘 최첨단 로봇이 아닌 청소와 폐기물 처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기존 영화들에서 보아왔던 스마트하고 딱딱한 로봇이 아니라 어리숙하고 궁금증이 많은 순둥이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 보다 열리고 닫히는 뚜껑이 신기한 반지 함을, 자동차 리모콘 키 보다 신다버린 낡은 신발을 더 좋아한다. 브래지어를 들고 궁금해 하는 모습은 순수한 어린 아이의 행동을 연상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