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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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처음에 친구로부터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추천받았을 때의 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랜 시간 짝사랑에 지쳐있던 나에게 알콩 달콩한 로맨틱 코미디는 꼭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저 그런 달콤한 멜로물일 거라는 건 오해였다. 다 보고나서는 따뜻하게 위로받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친구가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랑이야기 뿐 만 아니라 내게 삶의 지혜를 귀띰해준 영화. 누군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너무 많아서 늘 망설였던 나는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자꾸 첫 손에 꼽게 된다. 1994년도 작품인 이 영화는 뮤리엘의 웨딩을 통해 명성을 얻은 P. J. 호간 감독의 차기작으로 그 당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줄리안과 마이클은 친구 사이다. 9년전 대학 시절에 만났을 때만 해도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은 한 차례의 시련기를 거친 뒤 서로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약속했다. 단, 스물 여덟이 될 때까지 결혼할 짝을 찾지 못하면 함께 결혼하자는 단서가 붙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연락온 마이클이 사랑스럽고 예쁘고 어리고 부유하기까지 한 키미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자 줄리안은 과연 마이클을 떠나 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줄리안은 마이클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남은 4일동안 마이클과 키미의 결혼식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마이클을 되찾기 위해 시카고로 떠난다. 줄리안은 마이클을 되찾기 위한 열망에서 이런저런 계획을 꾸미게 되는데 줄리안이 근무하는 잡지사의 편집장이자 친한 친구이기도 한 조지는 그녀를 배후 조종하면서 줄리안의 삐뚤어진 계획에 동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직한 줄리안의 계획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 계획이 성사 될 단계가 되면 그녀의 이성이 그녀를 제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싫어해야 마땅할 마이클의 약혼자 키미도 여자가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라 그녀를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 또한 슬슬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마이클은 오랜 친구에게 작은 상처나마 주지 않고 작별을 해야하는 안타까움과 새 연인을 사로 잡아야 하는 안타까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또한 키미는 설령 마이클과의 결혼이 그녀가 그동안 꿈꿔왔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할지라도 마이클을 사랑하고 꼭 그와 결혼하려 한다. 키미는 현재 시카고 대학에 재학 중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화이트삭스의 구단주이다. 이러한 집안배경과 학력 등으로 키미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미인이고 똑똑하며 위트와 유머가 넘칠 뿐만 아니라 몸매 또한 무척 늘씬한 약혼자의 여자 친구를 만나고부터 약혼자에 대한 자신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면 결혼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조금씩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식은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마음이 급해진 결국 줄리안은 둘 사이를 교묘하게 이간질해 마이클로 하여금 키미를 오해하게 만든다. 상심한 키미는 줄리안에게 마이클의 마음을 돌리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어쩔수 없이 마이클을 찾아간 줄리안은 얼EJf결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버린다. 하지만 그 장면을 키미가 보고 마는데, 이렇게 얽히고 설킨 결혼식은 결국 줄리안이 마이클과 키미에게 사실대로 고백하고 마이클과 키미가 사랑을 확인하면서 일단락된다. 마이클과 키미의 행복한 결혼식을 줄리안은 흐뭇하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듯 바라보는데 이때 그녀의 게이친구 조지가 나타난다. 상심한 줄리안에게 조지는 능청스럽게 이렇게 말하며 춤을 청한다.
“서로 결혼하지 않고 섹스하지 않는다고 춤까지 멈춰서는 안돼.”
줄리안은 게이 친구 조지와 함께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돋보이는 영화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I saw a little prayer는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데 특히 키미의 가족들, 마이클, 줄리안, 그리고 조지가 함께 모인 식사 자리에서 모두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정말 뮤지컬 같은 의외의 장면이었다. 이 노래는 조지와 줄리안이 춤추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흘러 나와 꼭 주제곡 같은 인상을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묘한 영화이다. 캐릭터나 상황 설정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 보이면서 갈수록 자꾸 비켜가는거다. 거기에다 등장 인물 누구 하나 미운 사람이 없다. 보통은 남자를 빼앗긴 줄리안의 처지를 동정하고 그의 약혼녀인 키미는 밉살스럽게 그려지기 마련인데 키미는 현명하고 착하기까지 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결국 여주인공이 자신의 사랑과 다른 여자가 행복하게 결혼하는 걸 지켜보는 결말이라니. 그래서 처음에 미리 결말을 알고 영화를 봤던 나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말에 약간 실망하며 봤었다.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이상의 매력이 이 영화에는 있었다. 흥미진진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는 듯 하더니 은근 슬쩍 삶의 문제로 방향을 비트는거다.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라는 형식 안에서도 한 순간도 관습대로 흘러가지 않던 이 영화는 결국 두 여성 캐릭터 어디에도 무게중심을 두지 않거나 혹은 모두에게 무게중심을 두는 것으로 ‘인생의 선택’에 대한 우화를 완성하게 된다.
우리에겐 늘 수많은 선택들이 주어지고 기회가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그 기회를 잡지 않으면 원하는 것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줄리안과 마이클이 단 둘이 보트를 타면서 짧은 키스를 나눌 때 다리 밑을 지나던 순간 어두워졌다가 금세 밝아지는 장면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이해가 스며있는 것이다. 줄리안도 그래서 늦게 깨달아버린 자신의 마음에, 그리고 이미 늦어버린 자신의 타이밍에 많이 후회한다. 그리고 마이클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이미 삶이 준 기회는 놓쳐버린 후다. 똑부러진 여자 줄리안에게 있어서 그것은 참 가슴 아픈 실패일 것이다. 특히 자신과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이런 사랑은 다신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떠나버렸으니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라일락색 드레스를 입고 줄리안은 애써 웃고 있지만 마음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차라리 누구라도 원망할 사람이 있다면 좋을텐데 미워할 사람도 없으니. 줄리안은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가 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 상황에서 조지는 그녀에게 다가와 춤을 청하며 이런 말을 한다. 춤까지 멈춰서는 안된다고. 삶을 춤으로 은유하는 조지의 그 말은 무엇보다 큰 위로로 줄리안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일 지라도,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도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삶을 제대로 향유하는 비법을 조지는 속삭여주었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나에게 인생의 선택과 타이밍에 대해 화두를 안겨주었고 또한 삶의 지혜를 전해준 영화였다. 이 영화를 선정하고 과제를 해나가면서 과제의 의도와는 많이 벗어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과제를 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것은 과제를 통해 영화를 곱씹어 생각해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럼으로 인해서 삶의 숨겨진 지혜도 전수받는 기분이 들고, 약간의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는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를 두고 여러 가지 삶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참고 사이트: 네이버 영화 //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code=186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