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 중국문화기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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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주인공 부귀는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한 한심한 남자이다. 영화의 시작은 시기적으로 지주층이 몰락하고 흔들거릴 무렵이다. 20년대의 이런 흐름에서 부귀의 집안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 대에 가세가 기운 집은 유일하게 남긴 집마저 부귀가 도박으로 날림으로써 풍비박산 나게 된다. 그의 도박을 말리는 존재는 아내뿐이지만 부귀는 아내마저 내쫓고 만다. 결국 도박 빚으로 인해 집이 넘어가고 아내와 자식은 부귀의 곁을 떠난다. 연로하신 아버지도 집을 잃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제 부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도, 돈도, 그의 주변에서 아첨을 일삼던 이들도 모두 그의 곁을 떠나고 그는 지주계층에서 노동자 계층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렇게 후회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부귀는 힘들지만 열심히 땀 흘려 돈 벌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놀아 줄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이런 부귀의 모습은 당시 흔들리던 중국이 자생하려는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한심한 남자가 스스로 견뎌내고 성장함으로써 희망의 증표가 된다.
부귀는 자신의 집을 빼앗은 용이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돈을 빌리러 찾아간다. 결국 돈을 빌리지는 못했지만 과거 용이가 쓰던 그림자인형들을 빌리게 되고 부귀는 그걸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여기서 극단의 일은 떠도는 하층민의 삶을 대표한다. 가족을 뒤로하고 부귀는 계속해서 이동하며 공연을 해야 한다. 그러던 중 공산당에 패주하는 국민당의 군인들이 공연장에 난입한다. 과거 중국은 군부세력들에 의해 지배되었다. 청나라 황실이 권력을 잃고 유명무실 해지자 각 지역의 유지들과 장군들이 결속하여 자신들이 다스리는 지역을 중앙정부에서 분리시켜 왕처럼 행세했다. 그리고 국민당은 그 군부세력의 대표 격이었던 장개석이 지배하는 세력이다. 국민당과 공산당간의 내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이제 좀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민중의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혁명은 항상 희생을 동반한다. 그러나 혁명은 또 다른 권력층을 만들어 내고 역사의 반복이 이루어진다. 손문에 의해 정립된 중국 공산당의 초기 이념은 단순히 모두가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이었다. 그러나 정작 공산당에 의한 적화통일은 모택동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지배계층을 형성해냈다.
다행히 부귀는 목숨을 건지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부귀가 전쟁터에서 애지중지 보관해 온 그림자인형이 그를 살린 것이다. 그는 인형극으로 혁명에 동참했다는 증서까지 발급받아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의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오래고 딸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 상황에서 부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세상은 공산당의 것이다. 떵떵거리던 지주들은 반동분자라는 낙인이 찍혀 총살을 당한다. 과거 그의 집을 빼앗아갔던 용이도 집 때문에 지주로 낙인찍혀 총살을 당하고 집은 불태워진다. ‘그 집을 안 빼앗겼다면 죽은 것은 나였을 거야’ 라는 겁에 질린 부귀의 말처럼, 그의 인생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고 오지 않았더라면 다섯 발의 총성은 그에게 향했을 것이다. 공산당은 인민을 위한, 민중을 위한 혁명을 완수해냈지만 부귀의 눈에 비친 그들은 막연하게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그것은 공산당이 주장하는 선악의 기준이 부귀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진 것이 힘이었던 세상은 이제 가진 것이 죄가 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이러한 질서에서 사람들은 겉으로 반대할 수 없다. 그들은 힘이 없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제공하는 혜택은 과거 부귀가 열심히 일했을 때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혜택도 이제 사람들을 억압하고 규제한다.
배급식당에서 부귀의 아들이 한 장난이 공산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는 어떤 남자의 말에 부귀는 크게 화를 내며 아들을 두들겨 팬다. 아들에게서 화가 난다기 보다 그 남자의 말에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아들이 집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부귀의 모습은 옛날에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퍼부었던 같은 말과는 달리 분노가 아닌 두려움이 담겨있다. 이렇게 공산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공산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학교에 가야한다는 공산주의의 명령과 그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부귀는 아들을 억지로 학교에 보내고, 구장의 차 사고로 부귀의 아들은 목숨을 잃는다. 사고를 낸 구장은 옛날 전쟁터에서 함께 도망 다니던 춘생이었다. 그래서 부귀의 절망은 더더욱 크다. 부귀는 춘생을 원망하지만 춘생을 처벌할 수는 없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보호받고 있는 부귀보다 상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은 이런 부당한 행위를 당하면서도 그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기껏해야 차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