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개론 독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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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철학에 대해서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폈다. 철학적이다, 철학은 너무 추상적이다 하는 말들을 흔히 들어서 그런지 그냥 막연하게 깊게 사고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책은 나름대로 철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가진 막연한 것을 좀 더 현실적으로 다루어 주고 있었다. 단지 생각하는 것만이 아닌 이것을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그리고 과학과 종교에 대해서 이것이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 철학은 지혜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오류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반성하고, 진리를 허위로부터 구분하는 기준을 찾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수한 지식이 된다. 대상에 대한 다른 지식과는 달리, 이것은 표면적 지식이 실제적 지식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요즘 붉어지고 있는 황우석교수의 윤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것은 과학자가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철학문제이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고 윤리위원회에서 조차 논란이 많은 그러한 문제이다. 과학은 특수 분야만을 다루게 되지만 철학은 이들 과학들이 발견할 수 있는 정보를 상관지우고 통합하려고 한다. 과학은 사물 접근에 있어서 분석적이지만 철학은 종합적인 것이다. 과학은 사실의 탐구와 발견에 주로 초점을 맞추지만 철학은 의미와 중요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과학자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의 철학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철학에 관한 내용이 압축되어 나와 있지만 나는 철학의 종교적 접근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종교는 우리 현실에서 가장 보편적인 문화이기도 하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종교 중 기독교에 관해 명확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애초부터 인간성을 규명하려고 했지만 인간은 우선적으로 자기가 사는 세계를 파악하려 애써 왔다. 신학적 인간론의 덕분에 우리가 인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본능의 세계 즉 필연의 세계를 떠나서 우리는 인간을 갈망의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의 제한성에 체념하는 인간은 절대성의 갈망을 포기하는 인간이며 개방과 완성을 거부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인간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어 주심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신 것이다. 하느님을 거부하든 환영하든 간에 인간은 자유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죄의 원인을 따질 때나 자기 자신을 내놓으신 하느님께 응답할 때나 인간은 자유를 음미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인문 과학의 덕분에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심층심리학적, 생리학적, 사회학적 잠재력을 어느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지만, 인간은 갈망의 존재로 나타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미 있는 존재로 나타날 것이다. 신학적 인간론은 인간의 유일한 의미를 제시한다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여러 의미 중에서 가장 종합적인 의미를 탐구한다고 볼 수는 있다.
신학적 인간론의 특색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면 몇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계시와 경험의 상호 관계를 잘 묘사해 주는 것은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 벌어진 견해 차이이다. 신론과 그리스도론에 있어서 양측이 똑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있지만, 인간론에 있어서 엄청난 견해 차이가 드러난다. 서로 다른 경험에서 출발하여 성서마저 다르게 해석하기까지 한다. 인간론의 구성 요소로 인정해야 할 우리 경험은 성서뿐만 아니라 인문과학의 비판도 서슴지 않고 받아야 한다. 인문과학이 인간의 최후 의미를 제대로 제시할 수 없지만 우리 영적 활동의 요소들과 유발과 동기를 잘 분석해 주고 있다. 심층 심리 분석학 덕분에 신학자들이 이제 무의식중에 작용하는 죄책감과 죄의식을 구별할 줄 알고 사회학 덕분에 사회 제도에 따라 죄의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인간만이 절대자에 대한 갈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의 개방과 확대를 다루어야 한다. 신-인 관계를 중시하는 인간론은 하느님의 초월성과 내재성 그리고 인간의 제한성과 개방성을 배려해야 한다. 철학은 사유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하므로 여기서 영혼에 대한 학설, 철학적 인간학이 등장하고, 이성적 주체, 실존에 대한 학설이 생기며, 의식에서부터 자아의식으로 건너가며, 실존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것들은 나에게 좀 더 종교의 심오한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과거의 신학적인 세계관 하에서 발견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금 현재 어떤 역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통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워낙 포괄적인 학문이기도 하고 사유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기보다도 다양한 학문을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