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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이론적 개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관련해서 두 권의 책을 썼는데,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에우데미아 윤리학’이 그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전자와 내용이 많이 겹치고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통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이라고 한다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대인 고대 그리스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했을 뿐만 아니라, 로마 시대에도 널리 읽힌 이 책은 최근의 우리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무엇이 이렇게 시공을 초월한 애독자를 만들어 내었는지 이제부터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무엇이 선인가?’라는 물음은 모든 윤리학이 던지는 근본 물음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이 점은 이상주의자였던 그의 스승인 플라톤과 비교된다) 선은 이 세상의 일이며, 따라서 그것은 삶의 완성이나 온전함과 관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인 의미의 선, 즉 전체적으로 좋은 삶을 윤리학의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에로스는 우리를 천상의 것으로 향하게 하는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는 이 땅에서의 사랑을 가르친 것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선택은 어떤 좋은 것을 목표로 한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가 추구하는 좋은 것을 ‘선’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 선은 한 가지가 아니며, 이 중에 어떤 선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도 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의 마지막인 최고의 목적은 과연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최고의 목적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최고선은 바로 행복이라고 주장하였다.
행복이 최고선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선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이 조건에 행복이 해당되는지를 검토하였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최고선은 우리 인간이 오직 그것을 위하여 추구하는 목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 최고선은 무조건적으로 완전해야 한다. 즉, 최고선은 오직 그 자체로서만 가치를 지니며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수단이어서는 안된다. 세 번째, 최고선은 만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이 최고선의 세 가지 조건에 합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 행복이란 정확하게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의 요소인 돈, 권력, 좋은 출생, 아름다운 외모들이 행복의 조건들일까? 앞서 나열한 요소들 역시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더욱 궁극적인 행복의 요소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고유한 일과 기능을 탐구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일이나 기능은 바로 이성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시를 제시해보자면, 조각가의 선은 조각을 잘하는 것이고, 피리 부는 사람의 경우 피리를 잘부는 것이 선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경우는 이 이성활동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 선이 된다. 즉, 참된 행복은 이성을 아주 잘 실현할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이성적 활동은 그 활동에 알맞은 행위의 규범, 즉 덕을 가지고 수행할 때 보다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선이란 덕과 일치하는 정신의 활동이라고 하겠다. 행복이 완전한 덕에 따른 활동이라면, 이제 덕의 본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습관화된 중용’이라고 규정한다. 즉, 우리의 이성이 욕망이나 쾌락을 통제하여 덕을 실현하는 것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습관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덕에는 종류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덕은 ‘인간의 덕’이다. 인간의 덕이란 신체의 덕이 아니라 ‘정신의 덕’을 의미한다. 정신의 덕은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으로 구분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적인 덕의 예로 지혜, 이해력, 지성을, 도덕적인 덕의 예로 절제, 관용, 인내, 용기, 관후, 정의 등을 든다. 지적인 덕은 대체로 교육에 의해 생기고 발전하며,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도덕적인 덕은 습관의 결과로 생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도덕적인 덕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실천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집을 지어 봐야 건축가가 될 수 있고, 거문고를 타 봐야 거문고 타는 악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옳은 행위를 해 봐야 올바르게 되고 절제 있는 행위를 해 봐야 절제 있게 되며 용감한 행위를 해 봐야 용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도덕적인 덕을 학습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완벽한 도덕적 본성과 도덕적 성향을 갖추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덕은 꾸준한 훈련과 실천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한 사람, 즉 이미 도덕적인 덕을 충분히 익히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을 본받으라고 권한다. 그는 이러한 덕에 관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