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2. 가족의 와해와 여성성의 정립
1) 가족 와해의 위기에서 오는 삶의 기형성
2) 성의 대한 자각과 정체성 확립
3. 전쟁으로 인한 낙원 상실과 복원 의지
1) 도시생활과 환멸의 체험
2) 죽음의 극복을 통한 정신적 성숙
4. 여성 성장소설의 의의와 한계
2. 가족의 와해와 성의 정립
오정희의 오정희 문학과 지성사, 1981.
은 6.25 후 혼란의 시대에 세계와 삶을 배워나가는 한 여자 어린이의 5세부터 7세까지의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로 작가의 자전적 성향이 짙게 나타난다. 이는 순수해야 할 어린아이들이 전쟁으로 인하여 가정이 해체되어 가면서 상처를 받고 척박한 현실을 견디어 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념과 전쟁의 희생이 된 아버지, 그리고 이런 아버지를 대신하는 오빠를 통해 남성중심 사회의 위선과 폭력을 보여준다. 또한 그런 폭력적인 인물들이 왜 그런 폭력을 가족들에게 자행할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시대적 고민과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가족 붕괴의 위기에서 오는 삶의 기형성
오정희의 은 6.25가 발발하면서 제2국민병으로 아버지가 끌려가면서 부권부재의 상황에서 식구가 피난민으로 전락해 셋방살이하는 핍진한 삶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노랑눈이’인 나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할머니, 어머니, 두 오빠와 언니, 영양결핍으로 자라지 못하는 남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그런 결핍된 현실의 삶의 과정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분열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전쟁으로 남편이 부재한 상황에 놓인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이 갖는 지지기반과 자원이 박탈되었음을 의미한다. 6.25 전쟁을 경험한 여성의 대부분은 공적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공적인 장에서 활동한 경험이 드물었다.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 사회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제대로 몰랐으므로 그녀들은 절대 빈곤 속으로 내몰렸다. 따라서 집안의 가장으로서 여성들은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해야만 했다. 남성이 부재한 공간에서 여성은 생계담당자로서 파괴된 공간을 이끌어나가야 했다. 김현아, , 여름언덕, 2004, p97
에서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책임을 떠맡고 돈벌이 수단을 위해 밥집에 나간다. 그러나 얼마 후 정육점 사내와 정분이 나서 정육점 사내의 마누라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온갖 수모를 당한다. 전쟁으로 인한 부권부재의 상황은 모성의 도덕적인 타락을 가져왔고 이는 가족 붕괴의 신호가 된다. 오빠는 그런 어머니에 대한 불만으로 언니와 나를 때리면서 작은 폭군으로 군림한다. 오빠는 장자로서 아버지의 권한을 대행하려고 애쓰지만 부정적이고 왜곡된 형태를 띤 가장의 모습을 보인다. 노랑눈이는 이런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남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 채 굴곡 된 시각을 갖고 성장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가정의 도덕과 질서의 부재로 이어지고 구성원들의 일탈은 점점 그 도를 더해간다. 일탈로 가득한 와해된 가족의 모습 속에는 큰 오빠에게서 보이는 폭력적인 남성의 모습뿐만 아니라 외할머니, 어머니, 언니에게서 찾을 수 있는 여성의 모습도 비정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눈에 비친 주변 여성의 모습이란 고정된 성역할 속에 갇힌 채 주체성을 상실하고 소외된 양상을 띤다. ‘나’는 이러한 불구적인 여성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심한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읍내 정육점 사내와 정분이 났다는 소문은 동네에 짜아하게 퍼졌다. 그 사내의 마누라에게 머리채를 잡혀 읍내를 몇 바퀴 돌았다던 날 할머니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다그쳤다., p61
에미야, 저녁은 꼭 집에서 먹어라. 할머니가 또 임자 없는 닭을 잡아온 것이다. 할머니의 빨래 함지는 빨랫거리에 비해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가끔 그 큰 함지 속에는 커다란 묵은 닭이 죽은 듯 다리를 꺾고 앉아 눈을 뒤룩거리고 있곤 했다. 동네에서 떨어진 채마밭을 어정거리는 닭을 잡아온 것이다. 할머니는 끝내 임자 없는 닭이라고 우겼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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