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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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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화장
1. 서론
내가 김훈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창 기행문에 심취해 있을 때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만났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칼의 노래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칼의 노래는 읽어보지 못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몇 년 뒤 김훈의 이라는 작품을 다시 만났다. 제목도 제목이거니와 첫 만남에서는 느끼지 못한 신비로운 힘에 의해 내 자신이 몰입되어 간 것은 아마도 우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의지로서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그 신비로운 힘은 마치 길을 걷다가 지천으로 핀 클로버 중에서 네 개의 잎을 찾는 것이 우연치 않게, 하지만 찾고 싶다는 의지를 곁들인 그 느낌이라고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김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그가 쓴-그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 걸로 안다-작품도 궁금해졌다. 내가 항상 새로운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한 힘 때문이어서 어쩌면 이번 김훈의 과의 만남도 특별한 그 이상은 아닐 수도 있었겠지만, 읽고 나서는 내게 기쁨과 환희를 준 특별한 소설이 된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이에게도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작가뿐만 아니라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넘쳐흘렀으면 넘쳐흘렀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김훈이라는 작가와 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이제부터 하나씩 소개할까 한다.
2.1. 매력적인 작가, 김훈
매력적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의 기다림, 발전 가능성이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작가의 붓에서 또 어떤 좋은 작품이 나올까 기대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각인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설령 각인된다 하더라도 그 기억의 수명이 오래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연예계에서 이른바 ‘반짝 스타’가 있는 것처럼 소설 문단에서도 ‘반짝 스타’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훈은 확실히 다르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50대에 소설쓰기를 시작한 작가치고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완서도 불혹의 나이에 이라는 소설로 우리나라 현대 소설의 대모로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아직 김훈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그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장편과 단편의 첫 작품 두 편으로 당대의 가장 으뜸가는 두 문학상을 석권한 최초의 작가라는 점을 보아도 확실히 주목할 만한 작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을 통해 내가 본 김훈의 글쓰기의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서사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서사라는 개념을 한국 현대 소설론 강의를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넘을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근래의 소설에서에 자주 느끼는 것은 지나친 실험에 신경을 쓴 나머지 서사가 불안정하고 읽고 나서 그 작품에 대한 뚜렷한 구도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의 신인 작가들의 소설을 읽어보면 기발하고 참신한 맛, 즉 기법적인 성취는 돋보이지만 서사적 안정감을 주는 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김훈은 자칫하면 불륜의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는 이야기를 김훈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후한 남성적 문체와, 여성 못지않은 섬세한 문장력으로 승화시키면서 서사의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내의 육체로 대변되는 생명의 죽어감과 연모하는 여자의 육체로 대변되는 생명의 살아있음을 치밀하게 공존시킴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긴장과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소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를 자기 것으로 완전히 만들 수 있는 작가가 김훈이다.
두 번째는 김훈은 살아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훈은 여자 한비야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확실히 직접 땅을 밟아본 사람과 상상력을 동원해 글을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구별해 주는 것이 바로 ‘생동감’이다. 종전에 읽은 자전거 여행은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그의 의 책머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일 것이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이란 무엇일까? 들꽃? 나무? 새? 동물? 사람?…. 그는 이런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이 그를 배반했지만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맞선다. 그러므로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끊임없는 생명에의 몸부림이라 볼 수 있다. 자전거 페달에 무거운 발을 얹고는 끊임없이 바퀴를 굴리는 몸짓, 김훈은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살아 있는 작가가 아닐까? 자전거 여행뿐만 아니라 에서도 그의 생명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은 다시 마린 불루의 화장(化粧)으로 밝게 빛난다. 김훈의 작품 전반에 깔려져 있는 ‘생동감’은 작가 김훈의 생각을 더욱 발동하게 한다. 우리에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가 바로 김훈이다.
이제부터는 매력적인 작가의 매력적인 작품, 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2.2 화장(化粧)과 화장(火葬)의 역설
작가들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 치밀해야 한다. 치밀하지 않으면 독자는 작품에 쉽게 싫증나고 질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 김훈의 화장은 무엇보다 치밀하게 직조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 치밀함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화장(化粧)과 화장(火葬)의 역설이다. 이는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 전부터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화장이라는, 어찌 보면 서로 반대의 개념일 수도 있는 단어를 요리의 주재료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의 화장(火葬)과 화장(化粧)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여성을 더욱 생기 있게 보이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화장이다. 어릴 적 우리는 외출하는 어머니의 몸체에서 풍기는 아이섀도우와 파운데이션, 그리고 립스틱의 향내가 코끝에서부터 스며들어 마침내는 머릿속까지 퍼져 왠지 이 여자가 내 어머니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어머니는 생명의 여신으로 변신한다. 주인공이 사모하는 여자 추은주의 화장은 그러한 여체의 아름다움과 풍만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하지만 작가 김훈은 직접적인 추은주의 화장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가 가벼워 질 수도 있을 우려를 잠식시키려는 의도이리라. 그리고 주인공은 “당신의 둥근 어깨와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그 머리카락이 당신의 두 뺨에 드리운 그늘”을 생각한다. 또한 “빗장뼈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을 생각한다. 그에 반해 죽어가는 아내의 몸은 뼈와 가죽 뿐이다. “엉덩이 살이 모두 말라버려서 골반 뼈 위로 헐렁한 피부가 늘어지고 대음순은 까맣게 타들어 가듯” 말라 있다. 결국 불 속에서 사라지고 가루가 될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생기 있는 여자와 죽어가는 여자. 화장(化粧)과 화장(火葬). 화장은 그러한 두 개념들을 이미지의 대립을 통해 상호교차시킴으로써 작품의 주제와 깊이 연관시켜 나간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다의어를 통한 주제의 표출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그들을 작품에 흡착시키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도대체 화장(化粧)과 화장(火葬)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좋은 작품이란 바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화장의 두 의미는 마치 물과 기름의 경계선에 위치하여 섞이지 않으면서도 서로 맞닿아 있는 층처럼, 오묘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구심점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