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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조지훈의 생애와 시적경향
조지훈의 생애는 우리 민족의 비극을 그대로 안고 있듯 매우 고달프고 복잡한 여정을 거쳐 왔다. 조지훈은 1920년 12월 3일 경북 영양에서 부친 조헌영(제헌 및 국회의원, 6·25때 남북)씨와 모친 유노미 씨 사이에 3남 1녀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본명은동탁(東卓)이고, 지훈(芝薰)은 그의 아호이다. 1920년 지훈이 태어나던 해, 우리 민족을 대변하여 왔던‘동아일보’, ‘조선일보’ 양대 일간지가 발행되면서 민족주체의식이 날로 부각되어 6·10만세사건이 일어났고, 신간회 등이 조직되어 독립활동이 활발히 전개 되었으며, 광주학생운동, 윤봉길 의사의 상해 의거등 항일 운동이 또한 거센 물결을 일으켰다.
전통적이고 유교적 가문에서 유교의 삼강오륜정신 배양과 함께 동양철학을 통한 지사적 자태와 전통의식이 그의 가슴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시의 소양이 길러지게 되었다. 또 지훈의 형 세림은 문학에 재질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훈과 함께 ‘소년회’를 조직하고 『꽃탑』이라는 문집도 발간한 바 있는 민족의식이 강렬한 사람 이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훈에게는 일찍이 민족의식과 함께 반항적 저항의식이 싹트고, 한편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동양적 정서가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시작(詩作)이 이루어 진 것은 16세, 지훈이 첫 시작을 한 1936년에는 동아일보의 일장기 사건도 일어났다. 그 무렵 지훈은 만해 한용운 선생과 노작 홍사용선생을 찾아간 것도 역시 그 시절의 일들이었고 지사 황매천 선생을 우러러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러한 그의 행동적 이면에는 조국을 잃은 민족적 울분과 슬픔을 달래고 조국의 국권회복을 염원하는 민족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훈은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혜화전문에 들어가 1941년 졸업했다. 그간 그는 1939년 『문장』지에 정지용의 추천으로 「고풍의상」(1939년 4월), 「승무」(동년 12월) 등을 발표, 이채로운 각광을 받으며 문단에 나타났다. 1941년 3월에 혜화전문을 마치자 불전강사생활을 했으며 이때, 지훈의 시는 선적세계와 자연에 대한 관조의 심도를 더해갔다. 당시 시대적 조건으로 미루어 보아 암담한 민족적 비운기의 불안과 절망적 감회를 자연관조를 통하여 삭이었다. 일제 식민통치라는 크나큰세력 앞에 직접항거하지 못하고 도피의 일종으로 내적항거의 길을 찾아 승방생활을 하면서 우리 고유한 민족 정서를 노래하고 우리의 자연을 읊조렸던 것이다. 민족의식을 가슴에 품은 지훈은 자연의 세계를 영탄하면서도 그런 자연과 선(禪)의 세계에만 영원히 몰입하거나 귀의할 수는 없었다.
‘조선어학회사건’이 일어나던 1942년에 박목월과 교유를 전후하며, 청록파라는 연력을 쌓을 수 있었다. 또한 해방후 과도기적 혼란과 부조리와 맞서 싸우며 김동리, 서정주, 박두진 등과 함께 ‘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하하여 공산사회주의의 경향으로 기울어진 우리의 순수문학을 정치예속의 위기에서 구출하고 재현시키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그 후 그의 시세계는 종전의 작품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적,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나타내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민족의식이 강렬한 저항적이고 의지적인 것으로 주로 써 왔다. 이러한 지훈의 시세계는 지성인의 양심에서 사회적, 또는 정치적 부조리와 부정을 배척하고 극복해 보려는 그 나름의 소산들이라 할 수 있다. 6·25전쟁의 혼돈속에서 쓰여진 시편들은 『역사앞에서』(1959)에 취록되어 있으며, 거기엔 분별할 수 없는 절망과 불안 속에서 사나이 다운 의지로서 부른, 끝없는 절규의 뼈마디들이 활자로 표현되었다. 4·19혁명 때에도 정치적 부정과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민주주의수호를 위해 앞장섰다. 이후 민족정신 고취에 힘을 귀울여 민족문화연구소를 창설하는 등 시인으로서보다는 사회활동과 국학에 정열을 쏟으며, 학자적 입장에서 우리 문화의 건설과 정립에 힘썼고 또한 한국학의 이론체계정립에 힘을 기울여 왔다. 이는 시인적 자질과 학자 또는 지사, 선비로서의 양면성에서 나온 박식하고 참다운 지성의 발로하였다고 할 수 있다.
2. 문학적 특성
1) 전기시에 나타난 전통지향의 내적 순수성
① 암울과 혼돈의 불안의식
윤석성, 조지훈론 - 시의식의 전개를 중심으로-, 동대 대학원, 1981.2, p.11.
습작기의 지은시의 경향이며, 등단 이전의 그의 경력을 통해 그의 시정신의 발단을 볼 수 있다. 곧 유년기에 체득된 민족 · 문화의식과 시대 상황으로 인한 세기말적 탐미의식 자의식이 그것인데, 습작기의 그의 시작품은 탐미의식 자의식이 주가되고, 민족 · 문화의식은 미쳐 작품에 구체화되진 않았다. 동양세계에서 벗어나 퇴폐적, 관능적, 허무적, 사변적, 감각적 경향으로 흐르게 된 요인은 3·1운동의 좌절로 인한 세기말적 경향과 러시아 허무주의, 1930년대에 도입된 모더니즘 등을 들 수 있다. 모더니즘 경향은 그의 추천을 도모한 시인 정지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② 전통탐구와 심미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