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참회록
분야
hwp1. 참회록 분석
1870년대 후반 의 마지막 몇 장을 쓸 무렵, 톨스토이는 모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리하여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며 계속 고뇌하기에 이른다. 결국 그는 삶의 의의는 과학이나 철학도 설명할 수 없고 이성의 힘에 의지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다만 구원은 이성이나 자아 밖에 있는,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민중의 태도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정신적 위기와 그 극복이 이른바 톨스토이의 (1882)속에 서술된 적나라한 고백의 내용이다. 여기에서부터 톨스토이의 만년의 독자적인 종교적 인생관이 비롯된다. 그것은 윤리적으로는 악에 대한 무저항과 자기완성에 귀결되는 체계이며, 이념적으로는 온갖 허위와 부패를 배격하는 강한 부정의 힘에 충만한 기독교적 무정부주의라고도 할 만한 것이다.
이후의 저작은 모두 이러한 신념에 따라 저술되었다.
(1886), (1887-1890), (1898-1899), (1897-1898), (1886-1887)등의 작품에 있어서 톨스토이는 당시의 사회제도. 도덕. 생활양식에 도전하여 이를 남김없이 부정하고 최후로 자기 자신 속에서 가장 강한 것-성과 예술과 사회적 특권을 내던졌다. 이러한 신념과 실천의 일체화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반격을 받았고(1901년 교회에서 파문 당함), 자기 부인으로부터도 이해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엄격한 생활 태도는 끝까지 변치 않았다.
인생문제 전반에 대한 톨스토이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이런 의문을 갖게 마련인데, 톨스토이가 만년에 이르러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고 내린 결론이다.
톨스토이의 가르침은 ‘합리화된 기독교 신앙’이다. 그는 개인의 불멸을 부정했고, 복음서들의 도덕적 가르침에 철저하게 관심을 집중했다. 또한 폭력과 강제를 인정하는 국가를 힐난했고, 국가를 시인하는 교회의 권위를 부정했다. 따라서 현대의 타락한 기독교를 떠나 박애주의에 투철한 원시 기독교로 복귀하여, 노동채식금주금연 등의 검소한 생활을 영위할 것을 강조하고, 악에 대한 무저항주의와 자기완성을 기초로 한 사랑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사상은 『인생론』,『참회록』,『예술론』,『종교론』,『국민교육론』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참회록』에서 그는 “참으로 인생을 깨닫기 위해선, 기생충 같은 우리의 생활이 아니라 이마에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단순한 일반 민중의 생활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나와 같은 계층의 생활을 거부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참회록』은 전기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로 미학적 특질도 지니고 있다. ‘공리적’이고 ‘선전 책자’와도 같기에, 이전의 소설들에는 나타나지 않는 단순함과 심원함이 들어있고, 삶과 죽음의 신비에 직면한 그의 인간 영혼의 고뇌와 표현들이 드러나 있다. 민중적인 표현과 이해도를 중요시한 그는 이후, 작품의 전개에서 기존의 리얼리즘적 수사법을 부정하게 되는데, 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1897)』라는 글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가능한 한 인간의 본성과 합일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한 넓은 층의 대중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충분히 단순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보편적 공감을 일으켜 ‘감화를 주는 것’이다 .그는 단순하고 적나라한 원시적 민중예술을 긍정적인 예로 들면서, 당시의 연극이나 문학작품들에서 나타나는 너무 많은 기교, 너무 지나친 장엄함, 너무 지나친 리얼리즘은 예술적 가치를 흐리게 한다고 보았다. 참된 예술은 그것이 감화시키는 감정의 도덕적 가치에 따라 도덕적이 될 수도 있고 비도덕적이 될 수 도 있기에, 질이 떨어지더라도 ‘평범한 생활의 아주 단순한 감정을 전달하면서 항상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선한 작품’이 종교적이고 인간의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온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그 자신의 초기 작품들을 도덕적(계급적 배타성) 및 미학적(세부묘사의 과잉, 리얼리즘의 자잘한 장치) 이유로 해서 비판한 것이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들은 모두 ‘목적에 부합되도록’ 쓰여졌을 뿐 아니라 세부묘사적인 수법을 포기했고 간결하고 단순하게 쓰려고 노력한 것을 볼 수 있다.
2. 참회록 속 우화를 통한 해석
톨스토이의 참회록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다. 어떤 나그네가 광야를 지나다가 사자가 덤벼들기에, 이것을 피하려고 물 없는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물 속에는 뱀이 큰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밑바닥에 내려갈 수도 없고, 우물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나그네는 우물 안의 돌 틈에서 자라난 조그만 관목 가지에 매달린다.
우물 내외에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적이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의 생명을 잏어 버리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안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그냥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무를 쳐다보니, 흑백색 두 마리의 쥐가 나뭇가지를 쏠고 있었다. 그러니 두 손은 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필경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그네는 우물 밭에 있는 큰 뱀의 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고 그 나뭇잎 끝에 흐르고 있는 몇 방울의 꿀을 발견하자, 이것을 혀로 핥아먹는다. 인간이 산다는 것이 꼭 이 모양이다. 인간이 산다는 것을 탄생의 계기, 피할 수 없는 죽음, 생명의 실상, 밤과 낮, 신체 오간의 쾌락 등으로 나누어 이들의 관련됨을 그 세부에 이르기까지 잘 나타내고 있다.
1870년대 후반기 즉라고 불리는 시대의, 자살 이외에는 길이 없었던 그의 내적 고뇌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그의 삶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나의 생활은 정지했다. 나는 숨을 쉬고 먹고 마시고 잠을 자지만, 거기에는 참된 생활이 없다. ‘그것은 나를 충족시키는 합리적인 욕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열정적인 영혼은 자신의 내적 욕망, 즉 인생이 근본문제의 해결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일기에서 "삶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외적 조건의 소산이어서는 안되면, 영혼의 소산이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로 참회록은 그의 삶 전환점이었으며 그의 그러한 철저한 회의는 톨스토이즘이라고 불리는 확고한 신념으로 바꾸어 그 일단이 인생론으로 나타난 것이다.
